Lily Lee (릴리리, 자화상)

<Lily Lee> 2024. 디지털프린트, A2 

저의 이름은 '이유리'입니다. 한자도 하나 없는 '유리'라는 이름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한글 이름입니다. 뜻은 있습니다. '나리꽃, 백합'.  

아버지는 한자가 없는 이름들을 들고  출생신고를 가셨습니다. 담당자는 이름을 등록해주지 않았답니다.  몇번의 도전 끝에 좋아하는 꽃 이름 '나리꽃, 백합'을 등록하려 했더니, 또 거절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이든 제가 '이백합' 할머니로 불리는 것도 웃기고, 어릴 때도 놀림감이 될 것 같았답니다. 그때 '유리'가 생각이 나 '이백합'을 포기 할테니 출생신고 직원은 한자등록을 포기하는 타협점을 서로 찾아 지금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번 단체전의 숙제를 받아 자화상을 그려야 했습니다. 얼굴을 유심히 보기도 하고, 셀카를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를 도전하고 그려보다 오랫동안 온라인상의 닉네임으로 사용해온  Lily를 캔버스에 옮겨 그렸습니다.

파란 배경에 6개의 잎을 그린 흰 백합은 클리쉐처럼 평범해 보였습니다. 저는 더 눈에 뜨는 화려함을 자화상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흰색이 아닌 나리꽃들은 그림에 담긴 이유는 '화려함, 다양함, 다재다능'이라는 저의 목표를 담았습니다. 

꽃잎들은 의도된 오류로 완벽하지 않은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의도된 오류는 완벽하지 않지만 화려하고 눈에 띄고 싶어하는 저의 희망을 대신합니다.  

백합 사이에 나타난 흑표범은 대학생때 재미로 찾아본 온라인 테스트의 '대표동물'입니다. 사람을 동물로 표현한다는 재미에 찾아보곤 마음에 들어 흑표범의 매력에 빠졌던 때가 있습니다. 

검은색의 털은 푸른빛이 나고 수염은 보랏빛이 돕니다. 당시의 좋아하던 색들을 가득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20대에는 주황빛 형광보랏빛, 짙은 파랑빛. 핑크색, 형광색, 화려한 패턴과 꽃무늬. 지금은 쉽게 선택하지 않을 모든 것들을 한곳에 모아 저라고 표현하던 그때와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나'를 하나 정도 넣는것이 자화상이 아닐까? 란 생각에 표범의 눈은 가장 힘들때 의지를 갖고 행동하던 그때의 셀카에 나온 저의 눈빛을 담고 싶었습니다. 가장 힘든 그때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인가? 정말 못봐줄만큼 힘들고 어려워보이는지, 티가 조금은 나는지? 그런 생각들로 찍어본 셀카에서 보인 힘은 없지만 뭔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 눈들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힘들었지만 지금 잘 견뎌내고 9년차 엄마가 되어있다. 나 이만큼 잘 살아왔다. 그때보다 더 의지를 갖고 잘 살아갈거다. 이게 나다. '라고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자화상 작업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